• Soo Yon Ryu

ud - Three Days at YangPyeong.

여름이 저물어가네요. 올 여름, 잘 나셨나요?

저는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온 것 같아요. 다가오는 입시에 대한 불안감,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 뭐 이런 뻔한 이유들로 조금 갑갑한 계절을 보냈어요. (습하고 무거운 기후도 한몫 했지만요!)

여름동안에도 꾸준하게 상담을 다니며, 스스로를 더 돌아보는 연습을 했어요.

강박을 줄이는 연습, 몸의 긴장을 푸는 연습, 스스로를 격려하는 연습.

의식적으로 이런 것들을 연습해서인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제가 많이 차분해졌다고 해요.

스스로 느끼기에도, 힘을 꽤 많이 빼고 지내는 것 같아요.

올 여름 가장 연습하고 싶었던 것은 '나의 기준으로 살아가기' 였어요.

특히나 눈에 보이는 성과가 바로바로 나지 않는 ★대학원생★이기 때문에 저의 리듬과 페이스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했죠.

가장 먼저 한 것은, sns를 닫는 것이었어요.

페이스북이야 원래 안 들어갔지만, 꽤나 열심히 하던 인스타그램도 게시물을 지우고 어플을 삭제했어요.

삶의 어둠이 고조되는 입시 시기에, 타인의 빛을 보면서 저의 선택, 노력, 의지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 효과는 탁월했어요. 평소에 친구들의 게시물을 보며 은연 중에 느꼈던 '기준치'들을 더 이상 느끼지 않고 있어요.

각자 다른 길을, 각각 자기만의 속도대로 가고 있는다는 사실이 좀 더 와닿을 뿐이에요.

그리고 저의 자리에서, 제가 원하는 것을, 저의 속도대로 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게 되었어요.

또 다른 변화는 한결 조용해진 핸드폰.

대학생 때는 스마트폰 알람이 하도 스트레스여서 종종 핸드폰을 정지시키곤했는데, 조모임때 욕을 실컫 먹고 방학때만 정지시키는걸로 바꿨던 기억이 있어요.

요즘은 핸드폰을 켜놓는 동안, 늘 '방해금지모드'로 설정해두어 아무런 소리가 안나게하고 있어요.

일상에 방해를 받지 않아 신경이 덜 곤두서게 되고, 하루 일정에 대한 컨트롤이 더 용이해졌어요.

며칠 전부터는 친구 장니의 팁을 받아, 카톡 목록도 닫아놓고 있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일상의 큐(cue)들에 예민해서, 어떤 사람에 대한 사고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행동 양상이 변할 수 있대요.

카톡 목록을 싹 닫아놓고, 핸드폰의 알람을 꺼두고 있으면, 나의 시간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아요.

그런 환경에서 저는 좀 더 내면의 기준, 상태, 필요에 귀기울일 수 있어요.

평소보다 더 고립이 필요했던 어느날, 저는 홀로 양평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어요.

양평에서 목수로 지내는 대학 선배가 도와주어 숙소를 금방 예약하고, 며칠 뒤에 가방을 두개 매고 다녀왔어요.

계획은 조용히 논문 원고를 쓰는 것이었는데..

숙소에는 고양이 알러지 때문에 오래 있지 못하고, 숙소 주인 부부의 사업장에 하루 종일 죽치고 있기도 민망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별로 내키지 않아(..) 부지런히 돌아다녔어요.

목수 선배 덕에 목공 체험도 하고,

마지막 날에는 뜻밖의 차사고로 고립(?)되어, 여유로이 그림도 그렸어요.


숙소를 제공해준 부부와, 목수 선배, 모두가 자신의 기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기에, 여행 자체보다는 그 모습을 보며 얻은 영감이 더 갚졌어요.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사회의 기준에 부합을 해야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돼죠.....

후.... ㅠㅠㅠㅠㅠ

저는 몇주 전에 한국고등교육재단의 해외유학생 장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서류합격 후 필기시험을 (무려 5시간이나!) 보고왔어요.

유학 기간 동안 등록금과 생활비를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해주는, 순수하게 학자를 양성하는 멋진 프로그램이에요.

선발된다면 박사 준비과정에서도 훨씬 자신감이 생기고, 박사 과정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었죠.

필기시험에는 경영의 여러 분야 중, 저의 분야와 관련 없는 분야에서 문제들이 출제되었고, 고사장을 나오며 낙방을 예감했어요.

예상대로 그저께 필기시험 불합격 소식을 확인하고 이틀 정도 힘 없이 지냈어요.

문제들이 분야에서 골고루 출제되지 않음에 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평소에 다른 분야 공부를 게을리한 제 탓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비록 이 시험은 그 기준이 외부에 있지만, 제 내부의 기준이 잘 설정되어있는지를 다시금 검토해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어요.

장학생으로 선발되지 못해 너무 아쉽고 속상했지만, 이 덕에 내부의 기준과 외부의 기준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합해야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속상해하던 중, 다음 학기에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게 되었어요!

저희 연구실에 조교가 많아 이번 학기는 등록금을 해결하기 곤란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반은 걱정을 덜었어요.

저번 학기 성적이 그으으렇게 우수하진 않았기에, 뭔가 다른 기준도 적용된 것 같지만.. 일단은 기쁜 소식이에요 :)

이번 여름에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법과 외부의 자극을 소화하는 법을 충실히 연습한 것 같아요.

올 가을, 겨울은 꽤 힘든 시기가 될 것 같은데, 지금이 마음이 단단하게 굳어 저의 일부가 되어주길 바랄 뿐이에요.

여름의 끝, 모두 잘 보내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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