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o Yon Ryu

Dear Imperfect Perfectionist.

오늘은 저의 '완벽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의 삶에 있어 '완벽주의'는 아주 큰 테마인데, 블로그에 한번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게 의아해요.

완벽주의는 제 마음 속, 가장 어둡고도 뜨거운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저와 완벽주의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가고 있어요.

누구나 마음 속에 완벽에 대한 추구는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한량스러운 사람에게도요.

그로부터 고되었던 적이 있었다면, 저의 이 이야기가 조금은 더 와닿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


돌이켜보면, 저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완벽을 추구했던 것 같아요.

이유는 많겠지만.. 저는 아빠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해요ㅎㅎㅎ (아빠 미안..)

제가 어떤 성과를 얻을때 아빠는 칭찬보다는 그 다음의 지향점을 묻곤 하셨거든요.

흔한 비유로 이야기하자면, 당근은 향기만 풍기고 슬슬 채찍질만 하셨던 것.....

그것이 수년동안 쌓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체화되어, 저는 스스로에게 만족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늘 인정에 목말랐고, 어디서나 최고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남과 비교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높은 기준과 낮은 자존감을 달고 살았어요.

완벽하지 못할바에는 하지 않는게 낫다는 착각에, 아주 좋은 기회들을 여러번 놓치기도 했죠.

하지만 또 반대로, 완벽주의는 제가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어요.

이 열망을 어디어 어떻게 얼마나 적용해야할지, 그 밸런스를 찾기까지 25년이 꼬박 걸린 것 같아요.


높은 기준과 초라한 현주소 간의 괴리는 제 마음을 병들게 했어요.

이런 강박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20대 초반쯤이었던 것 같아요.

대인기피증과 거식증, 폭식증을 겪었고 몸과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던게 그쯤이었으니까요.

하루는 수업때 발표를 하다가 울어버리고는, 그제서야 내 마음상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대인기피증을 마주하기 위해,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사람들 앞에서 주목을 받으며 움직이고 말을 하다보면, 대인기피증은 자연히 치유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본적인 원인까지도 해소하게 될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죠.



2014년, 복학 후 첫 발표에서 울고 난 후 추스르는 모습의 흑역사.jpg

높은 기준과 초라한 현주소 간의 괴리는 제 마음을 병들게 했어요. 이런 강박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20대 초반쯤이었던 것 같아요. 대인기피증과 거식증, 폭식증을 겪었고 몸과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던게 그쯤이었으니까요. 하루는 수업때 발표를 하다가 울어버리고는, 그제서야 내 마음상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대인기피증을 마주하기 위해,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사람들 앞에서 주목을 받으며 움직이고 말을 하다보면, 대인기피증은 자연히 치유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본적인 원인까지도 해소하게 될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죠.

1. 불완벽이 가진 힘

이 장면을 30번은 시켰던 것 같은데.............

연극 동아리에서 첫 작품은 체홉의 <갈매기>라는 정극이었는데, 완벽주의자가 접근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어요. 외울 대사가 명확했고, 캐릭터 분석 자료가 풍부했고, 그것을 완벽하게 외워 완벽하게 재현하면 되었으니까요. 리서치를 토대로 대본에 완벽한 처리 방법을 적어두었고, 그것을 달달 외웠어요. 그렇게 하면 저의 연기가 완벽해질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왠걸, 저의 연기를 보고 선배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군요. 의아했어요. '늘 이렇게 해왔는데, 이렇게 하면 완벽해졌는데. 뭐가 문제지?' 혼란 속에서 연습을 하던 중, 하루는 선배들이 모여 제게 한 장면을 수십번을 반복시켰어요. 처음 몇번까지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횟수가 쌓이니 슬슬 화도 나고 힘도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아 몰라- 싶은 마음으로 대사를 툭- 던졌어요. 대본에 빽빽하게 적어둔 리서치는 모두 뒤로 하고서요. 그랬더니 선배들이 다함께 일어나 '이거야!'를 외치는게 아니겠어요! 묘한 경험이었어요. 노력을 안했는데.. 완벽하지 않은데.. 좋다고...? ...?? 선배들의 환호의 이유는, 나중에서야 알게되었어요. "너는 너무 잘하려는게 문제야- 힘을 좀 빼봐" 라는 귀뜸을 받은 순간에요. 잘하려는, 완벽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음을, 불완벽만이 낼 수 있는 힘이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연극 동아리는 불완벽을 안고 사는 친구들로 가득했고, 저는 곧 그 여백, 여유, 느슨함 등에 매료되었어요. 그때부터 저는 병적인 완벽주의를 버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후리한 옷차림부터 수업 결석(..)에 대한 자유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2. 완벽이 가진 힘 그런데 말이죠... 저는 왜.... 중간은 없는걸까요.....? 완벽주의를 버리자! 라고 스스로 선언한 후부터는 너무 자신을 놓기 시작했어요.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사실에 취했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자유를 갈망했던 것인지, 완벽에 대한 강박이 사라진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어요. 수업을 '째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가거나, 시험 대비를 안 한다거나, 이틀동안 씻지도 집에 가지도 않고 여학생휴게실에서 숙식을 해결한다거나 (........) 이런 식으로 자신을 완전히 방종시켜버린거에요. 결국 그 학기에는 처음으로 D- (D+도, D도 아닌 D-..) 를 맞았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완벽과 최선을 추구해야할 때가 있고, 힘을 빼야할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모든 것에 힘을 빼는 것은 낭비가 될 수 있고, 모든 것에 힘을 주는 것은 강박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적어도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놓고 있었던 스케줄 관리도 다시 시작하고,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세웠어요. 지나치게 놓았던 부분을 수습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디서 힘을 주어야하고, 어디서 힘을 빼야하는지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어요.


3. 불완벽한 완벽주의자 저는 여전히 최상의 형태의 제가 되기를 꿈꾸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제는 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스스로에 대한 희망고문을 없앤거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토록 열심히 지켜왔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나의 불완전을 인정하고 나니 어찌나 맘이 편하던지. 그제서야 온전한 저를 인정하고 그대로 만족할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사람은 한순간에 변하는 것은 아니지요. 전보다는 이상향에 조금은 덜 얽매일지언정, 제 안에는 여전히 절 유혹하는 작은 완벽주의 악마가 살고 있어요.

구글 캘린더: 내 안의 악마와 살아가는 법.

그러나 악당이 모든 상황에서 악당은 아니듯, 제 안의 악마에게도 적절한 역할을 주기로 했어요. 바로 제가 본업으로 삼고자 하는 '연구'에서만큼은 이 악마가 마음껏, 그리고 최대한으로 활동하게 하려고 해요. 이번 학기에 수업을 듣고 있던 중,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삶은 여정이라고 하지만, 여러분이 속해있는 이 과정은 경주에요.

그리고 이 교수님께서는, 학기 내내 우리가 경주를 할 수 있도록 신발끈 매는 법부터 뛰는 자세와 마음가짐까지 두루두루 코칭해주셨어요. 여기서만큼은 내 몸의 연소를 최대한 불태워서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인류의 지식을 넓히는 연구자로서의 적절한 자세라는 것을 배웠어요. 그러나 늘 이런 긴장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나의 몸에도 마음에도 좋지 않기에, 그 반대급부를 추구할 수 있는 삶의 도메인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찾았어요 - 바로 그림에서요!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and start a lemonade stand!!)

초등학교 1학년의 그림과 사뭇 다른 그림체지요? :) 완벽주의와 함께 가는 사실주의를 버리고, 울퉁불퉁한 선과 고르지 않은 색감과 사실적이지 않은 만화적 표현을 포용하기로 했어요. 몸에 긴장을 풀고 붓을 원하는 색에 적셔 힘을 뺀채로 그릴 수 있도록요. 어디서 힘을 주어야하고, 어디서 힘을 빼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찾은거에요. 완벽에 대한 갈망을 충분히 표출하되, 스스로를 치유할 방안도 마련하게 된거지요!

저번 포스트에 사뭇 비장하게, 핵심이 아닌 모든 것을 제거하고 핵심에 집중하겠다고 썼는데, 그 마음가짐으로 4개월을 지나고 나니, 정말로 삶의 군더더기가 많이 정리되었어요. 제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곁에 남기고, 제게 중요한 학업과 그림을 일상에 남겼어요. 저와 같은 '불완벽한 완벽주의자'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완벽주의 악마에게 적절한 타겟을 찾아주고, 거기서 생기는 긴장을 풀어줄 또 다른 삶의 범주를 찾아보라고! 이것이 제가 스스로를 다치게 하고 옭아매고 또 방종하고 (D-를 받고..) 헤매며 깨달은 전부에요. 이 삶의 방식이 체화되고 완전히 내 것이 된다면, 혹은 더 건강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이 포스트와 동일한 제목으로 책을 쓰고 싶어요. 완벽하게 글을 쓰고, 느슨하게 표지를 그리는 상상을 해보아요. 아주 먼 미래겠지만요 :)

오늘은 무척 낙담하고 기운 없는 하루였는데, 일기 쓰듯 블로그에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기분이 산뜻해졌어요. 짧은 밤산책을 하고 푹 자고 일어나면 더 좋아지겠죠.

빵-떡

불완벽한대로 꽤 근사한 여러분도 저도, 좋은 꿈 꾸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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